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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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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문패
<너의 이름은.>(2017)부터 재난이라는 주제를 다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연출이 정점에 올랐다.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에 이미 완벽한 짜임새를 보여주며 시선을 장악한다. 초반엔 속도감 있게 전진하다가 중반부터는 완급을 조절하며 대단원을 향한다. 일본 판타지 모험 애니메이션 명작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매번 일취월장하는 작화와 음악, 극에 달한 서정적 감성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다른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를 공고히 한다. 무엇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목소리(메시지)가 응어리진 마음의 문을 열고 위로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거장의 자세다.
상실을 딛고 나아가기
신카이 마코토가 애도하는 방법. <너의 이름은.>이 비극으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안간힘을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려 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폐허가 된 ‘공간’을 살다 간 사람들을 스즈메 의식을 통해 스크린에 호출함으로써 망각되어 간 이들을 위로한다. 결핍된 상태에 적응하며 마지막까지 세 발로 달리는 의자를 통해 ‘상처를 덮고 잊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딛고 나아가야 함’을 드러낸 점이 의미심장하다. 회수되지 못한 수많은 “다녀오겠습니다”를 스크린에서 마주한 후, 누군가에게 던지는 인사말 하나에 힘이 실린다.
결기마저 느껴지는 어떤 애도의 방식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펙터클은 재난이 일어나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막으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재난을 도구화하지 않고, 사려 깊은 기억의 영역 안에 끌어다 놓으려는 좋은 안간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너의 이름은.>(2017)으로부터 이어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애도에 결코 유효기간이란 없으며, 폐허가 된 모든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잊지 않으려는 결기와도 같은 태도로 빚어진다. 손끝에서 정성껏 피어난 작화는 그렇게 “잘 다녀와"라는 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화답하고 싶었을 모든 이들 앞에 선 문이 되기를 자처한다. 삶의 연속성 안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모든 시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무하는 영화적 힘.
- 이은선 (★★★★)
위로의 여정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박한 애니메이션의 감성으로 시작하지만 스즈메가 문 앞에 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정이 펼쳐진다. 초자연적 재난 영화의 장르 요소 속에서, 결국은 주인공 스즈메의 트라우마와 사랑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대한 스펙터클부터 내면의 풍경까지, 다양한 비주얼 요소가 결합된 작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뭔가 한바탕 휘몰아친 듯한 감정의 울림이 쉽게 휘발되지 않고 마음속에 남는다.
- 김형석 (★★★★)
애니메이션이 상실의 징후를 어떻게 쓰다듬을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
상실로 인해 닫힌 마음의 문들을 재차 보살피는 마음
- 김철홍 (씨네21) (★★★★☆)
세상의 종말과 남자 친구 그리고 지신밟기
절박하고 간절하게 여닫다
재난으로 상처난 세계를 희망으로 어루만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봉합술
- 오진우 (씨네21) (★★★★)
염려와 불안, 그리고 온몸을 다해 기원하기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 이자연 (씨네21) (★★★★)
재난의 일상성을 받아들일 때 온전한 위무가 시작된다
재난을 막고, 희생된 이들까지 포용하겠다는 간절한 각오
- 조현나 (씨네21) (★★★☆)
황폐한 시공(時空)을 견뎌 끝내 손을 내미는 마음이 여는 위로의 문
- 허남웅(씨네21) (★★★★)
작품 전체가 길고 간절하게 수행하는 의례처럼 다가온다.